가격 결정 요인: 권장 소비자 가격, 희망 소비자 가격은 어떻게 정해지나요?
지난 글에 이어 가격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이어갈까 합니다. 가격은 어떻게 정해지는 것일까요? 중고등학교 사회 시간에 다들 배우셨지요? 경제학에서는 정부의 시장개입이 없으면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이 만나는 점에서 가격이 결정된다고 말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가격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품의 성능과 관련된 정보를 암묵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 소비자들은 가격을 품질의 판단 근거로 활용합니다. 그러다 보니 기업은 상품(제품이나 서비스)의 경제적 가치보다는 가격이 갖는 심리적 효과를 고려하여 가격 전략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가격이 비싸면 브랜드 가치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더 나아가 판매하는 상품이 좋은 상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을까요? 오늘 제가 풀어가는 이야기를 통해서 한 번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가격 결정 요인
이유야 어찌 되었든 이 가격이라는 것이 소비자의 상품 구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칩니다. 동일한 조건이거나 조건이 비슷한 상황이면 대부분의 소비자는 낮은 가격을 선호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항상 낮은 가격이 선호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상품의 소유나 사용을 통해 자신의 지위나, 부유함의 정도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경우에 소비자는 높은 가격의 상품이라도 기꺼이 구입하게 됩니다.
준거 가격
학문적 정의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가격과 관련한 용어들을 사용하여 설명하겠습니다. 준거 가격 또는 참고 가격이란 소비자들이 제품 가격의 높고 낮음을 평가할 때 비교 기준으로 사용하는 가격을 의미합니다. 그러면 소비자는 이러한 준거 가격을 어떻게 지각하게 되는 것일까요? 약간 어려울 수 있겠지만 오히려 조금 더 세분화시켜서 내적 준거 가격과 외적 준거 가격으로 나누어서 설명하면 이해하기가 더 쉬워집니다.
내적 준거 가격
소비자의 기억에 있는 기대 가격을 내적 준거 가격이라 합니다. 정육식당에서 식사로 고기를 주문하면서 사람 수에 맞게 공깃밥이나 된장찌개를 추가로 주문하게 됩니다. 저희 집은 계란찜도 꼭 추가한답니다. 된장찌개의 경우 식당마다 조금 차이가 있지만 공깃밥의 가격은 메뉴판을 보지 않고도 기대하는 가격이 있습니다. 1,000원. 그렇습니다. 대한민국 어디를 가나 2~30년 전부터 변함없이 공깃밥의 가격은 1,000원이었습니다. 식당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물가가 아무리 바뀌어도 공깃밥의 가격을 올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누구나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기대하는 공깃밥의 가격을 2,000원이나 3,000원으로 인상하게 되면 소비자들은 해당 음식점이 다른 곳보다 약간 비싸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이러한 내적 준거 가격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서 형성됩니다. 과거 구매 시 지불한 경험을 토대로 형성되기도 하고 현재 시장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일반적인 가격, 또는 공정하다고 생각되는 가격 등과 같은 요인입니다. 쉽사리 특정 음식점이 단독으로 가격을 변화시킬 수 없는 준거 가격을 마케팅에서는 어떤 전략으로 이용해야 할까요? 혹시 "공깃밥은 무료입니다."라는 식당을 가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1,000원보다 가격을 인하하여 우리 음식점이 저렴하다는 것을 표현하려면 차라리 공깃밥은 무료라고 말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인상적일 것입니다.
외적 준거 가격
위에서 언급한 소비자가 스스로 기대하는 가격이 아닌 외부에서 주어지는 가격을 외적 준거 가격이라 합니다. 그러면, 외적 준거 가격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권장 소비자 가격, 경쟁 제품의 가격, 가격 비교 광고 등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상품을 구매할 때 권장 소비자 가격이라는 용어를 쉽게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권장 소비자 가격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요? 권장 소비자 가격은 제조업자가 소매상에게 어느 정도의 금액으로 판매하라고 추천하는 가격입니다. 소매상이 반드시 해당 상품을 권장 소비자 가격에 판매해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판매 가격이 권장 소비자 가격보다 낮은 경우, 소비자는 이를 할인으로 인식하여 가격 이득이 있다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많은 경우에 권장 소비자 가격을 일부러 높게 책정하여 소비자에게 큰 폭의 할인을 주는 것처럼 판매하기도 합니다. 경쟁제품의 가격도 외적 준거 가격 역할을 합니다. 냉장고나 세탁기, 에어컨, 건조기 등 가전제품을 구매하려고 할 때 최고 사양의 가격은 특정 브랜드 상관없이 대부분 가격이 비슷하게 형성됩니다.
가격 비교 광고는 일반적으로 쇼핑몰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제품의 판매 가격 외에 정상가, 시중가, 판매 가격 등과 같은 부수적인 가격 정보를 제공하여 쇼핑몰 상세 페이지를 방문한 소비자가 가격이 많이 할인되었다는 인식을 갖도록 하고 상품의 정보 탐색이나 대안 평가의 단계에서 준거 가격을 형성하도록 합니다. 팝업 광고에 오늘만 특가로 제공한다는 방식으로 구매로 바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전략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당연히 오늘 구매하게 되는 가격을 매력적으로 느끼게 됩니다. 너무 남발하면 신뢰를 잃을 수도 있겠지만 일시적으로 진행한다면 훌륭한 마케팅 전략으로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조금 두서없이 가격과 관련된 용어를 사용하여 가격 이야기를 해 보았습니다. 함께 나눠본 가격에 대한 이론적인 이야기가 반드시 현실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만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이러한 가격 요인이 마케팅 전략에서는 상품 차별화와 포지셔닝의 방법으로 자주 사용됩니다. 다음 시간에는 가격과 관련한 더 깊이 있는 내용을 준비해 보겠습니다. 아참! 제목에서 언급한 권장 소비자 가격과 희망 소비자 가격은 같은 말이랍니다 :)
마지막으로 하나 더!
가격에 정가라는 표현도 있는데 정가란 정해진 가격이어서 반드시 그 가격에 팔아야 한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